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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현재 한국 사회에는 분열과 편 가르기의 이분법적 증오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상대 집단을 집요하게 혐오하고 공격한다. 이런 행동은 실체적 진실은 외면하고 자신의 사고와 일치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며 편견에 치우친 폭력이다.     상대방을 매도하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자신의 공격적 태도나 행동도 정당화시킨다. 이들은 본인이 속한 단체의 내부로부터 인정받기를 바라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편견으로 상대방을 공격한다.     특히 한국의 정치는 머리와 가슴을 짓이기는 이분법적 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격돌 정치의 한복판에 있는 정치인들도 한때는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래서 국민은 그들을 대표자로 선출했다. 하지만 정치 현장에서 그들은 사유 능력이 없는 꼭두각시의 모습을 보이며 국민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     지난 1961년 ‘뉴요크’지에 실린 한나 아렌트의 기사는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없이 상관의 지시만을 따른 한 정치인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전체주의의 기원’과 ‘인간의 조건’ 저자이며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한나 아렌트는 히틀러의 최측근 친위 장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재판을 취재했다. 아이히만은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로 이송한 후 살해한 주범이었다. 그런데 재판을 참관하고 돌아온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그 시대 최고의 악랄한 범죄자 중 한 명이 되게 한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상관의 지시를 따르기만 했을 뿐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은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자세히 관찰하면, 갈등을 통해 이득을 얻는 기득권 세력들의 의도적인 조작 때문에 적대감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득권 세력들이 이러한 조작과 반목을 부추기도록 만든 시스템과 제도들을 감지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띄지 않는 사회적 메커니즘들이 조직적으로 우리를 서로 반목하게 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서로 반목하는 대신 힘을 모아 그런 악의적인 시스템과 제도를 타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공유적 인간애를 구축함으로써 연대감을 강화해야 한다. 왜냐하면 서로의 다름이 우리가 위험한 집단사고의 난관에 봉착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증오의 반대는 상호 연대를 통해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자각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증오를 끝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뿐 아니라 동시에 공통적인 인간성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설득할 뿐 아니라 결국 세상을 변화시킨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열린광장 존중 사회 사회적 갈등 사회적 메커니즘들 한나 아렌트

2023-09-19

[문장으로 읽는 책]

 그러나 다시 안토니아 왈, 우리가 최선을 다해 그 춤을 춘 이상 그로부터 무언가는 다시 시작된단다. 삶은 이유 없이 시작되지만, 또한 영원히 대물림되기도 하는 거란다. 춤은 어차피 끝날 테지만, 이유 없이 시작된 단 한 번의 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는 것, 그것이 인생이란다. 그래서였을까? 온 힘을 다해 단 한 번의 춤을 추고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안토니아의 마지막 표정에서는 묘한 자부심과 만족감과 회한이 동시에 묻어난다. 내가 본 가장 장엄하고 평화로운 죽음이었다.     김형중 『무서운 극장』   문학평론가인 김형중 조선대 교수의 영화평론집이다. 인용문은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1995)에 대한 글이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지만, 다시 보고 싶어졌다.   “‘사유 없음’, 곧 진부함이 악으로 정의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바로 악의 기원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평범하기 그지없고, 이모티콘으로 말을 대신하고 검색으로 사유를 대신한다는 점에서 진부하기 그지없다.” ‘악의 평범성’으로 유명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삶을 그린 ‘한나 아렌트’(2012)에 대한 글이다.   “관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말하자면 ‘불편한 영화’”들을 통해 영화와 세계를 오가는 사유의 폭을 보여주는 책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한나 아렌트 김형중 조선대 철학자 한나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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